▲ 이해복 소목장

나무를 다루는 장인을 통틀어 목수(木手)라고 부른다. 목수는 크게 대목장(大木匠)과 소목장(小木匠)으로 나뉜다. 대목과 소목의 분류는 중국 송나라의 『영조법식(營造法式)』에 따른 것으로 대목장은 궁궐이나 사찰, 주택 등 건축물의 구조를 짜는 모든 공정을 담당하며, 소목장은 창호나 대문, 벽장, 실내에 비치되는 목조가구와 기물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 분야에서 소목 일이 줄어든 탓에 수레나 가구의 제작으로 소목의 범위가 확대되기도 한다. 40여년 이상 소목장의 길을 오롯이 걸어온 이해복 소목장은 나무와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손재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40여년 소목장으로 바쳐온 일생
전국 각지 사찰과 문화유적 작업해
충북 옥천이 고향으로 해마다 보릿고개만 되면 밥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던 이해복 소목장은 당시 지인의 "건축 창호 쪽으로 기술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소개로 목공 일에 처음 발을 들였다. 몸을 쓰는 일은 자신이 있었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계속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붙었다. 그 때만 해도 이 일을 평생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40여년을 오롯이 소목장으로서 바쳐온 일생이었다.
이 소목장은 점차 실력이 늘어가면서 각종 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4년 인천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도 입상을 하였다. 그러면서 저의 인생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기능자격증은 워낙 기준이 까다로워서 아무리 모든 작업에 통달했다고 하더라도 몇 번씩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 번째 가서 결국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었던 덕분에 귀한 인재 취급을 받았다. 그렇게 알음알음 일을 소개받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그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소목장은 그 때부터 관주사, 보륜사, 일불사 등 전국 각지의 사찰과 경기도 여주의 문화유적인 송시열 사당 등에서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의 작업은 매우 섬세하고도 시원시원한 매력이 있는데, 그의 타고난 성품에서부터 작업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한 번 만든 것은 끝까지 책임지고 설사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군말 없이 수리해주고는 하니 그에게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을 의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나무를 고를 때에도 빛나는 그의 열정
끊임없는 소통으로 원활한 현장 진행 이끌어
이 소목장은 작품 하나를 만들 때에도 재료가 되는 나무 구입부터 완성까지를 모두 직접 책임지고 있다. 특히 전통창호 쪽의 작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 그는 뒤틀림이 없는 나무를 고르기 위해 선별 과정에도 항상 열과 성을 다한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집에 들어가는 한 부분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작업을 할 때는 육송을 가장 많이 쓰고 적송이나 삼목 등의 나무도 많이 쓰는데 요즘은 좋은 나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일반적인 의뢰들도 당연히 신경 써서 잘 만들어야 하겠지만 문화재 같은 의뢰가 들어올 경우에는 더 긴장을 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소목장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름난 작품이다 보니 그 자체에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서 그 때는 한참을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무일을 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 소목장은 현장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반드시 직접 챙기는 꼼꼼함을 갖추고 있다. 함께 일을 하거나 현장 일을 배우기 위해 참여하는 여러 인원들을 지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가 직접 모든 것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창호는 끝을 파고 짜 맞추는 과정이 작업의 주를 이룬다. 창호라는 것은 0.1mm가 틀려도 안 맞게 되는데, 이러한 특징 때문에 특히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나비장부, 숨은장부, 일자장부 등의 작업 방식을 고집하게 된다. 창호라는 것은 잘 맞추면 몇 천 년을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온 신경을 집중해 그 부분을 가장 정확하게 해달라고 같이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현장을 선호하는 이 소목장은 직접 많은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며 소통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오해도 바로잡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며 완성도 있는 작업을 추구한다. 작업의 모든 과정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움은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작업의 방향성에 대해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니 작업의 능률도 오른다. 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기 쉬운 부분이 있다. 그럴 때는 이런 방향으로 가도 괜찮습니다, 하고 이야기를 해줄 사람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연륜이 이 방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전통한옥 관련 학과에 지원 필요해"
소목을 위주로 한 개인 작품전시회 진행하고 싶어
이 소목장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목의 길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4차산업혁명' 트렌드에 따라 일선 대학에서는 신기술 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하고 건축 관련 학과는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여긴 것이다. 그는 "우리는 사람이 사는 집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세계가 변화한다 해도 집이라는 기본적인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에야 몸으로 익히며 기술을 계승 발전시켰다고는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은 학문적인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전통한옥과 관련된 학과를 충분히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소목장은 자신의 작업을 지속해 나가면서 소목장 문화재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각지의 인물들이 단지 자신의 분야에서만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경주 지진 당시 함께 모여 자원봉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그는 앞으로도 독거노인이나 편부․편모 가정, 소년소녀 가장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집을 수리해주는 등의 자신의 장기를 살린 자원봉사를 더욱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이 소목장의 고운 마음이 더욱 빛나는 대목이다.
그가 삶의 지침으로 삼은 것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라고 한다. 우공이라는 노인의 집 앞에 태행산과 왕옥산이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가족들에게 힘을 합쳐 두 산을 옮기자는 이야기를 했다. 우공과 아들, 손자는 1년 넘게 흙을 지고 바다에 버리고 오기를 계속했는데 이를 본 이웃이 무모한 짓이라고 그를 비웃자 "언젠가는 길이 날 것"이라고 답했고, 결국 상제(上帝)가 두 산을 멀리 옮겨주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는 꾸준히 한 분야에 집중하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대다수와는 다른 길을 가는 그의 덕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40년 이상 소목장으로서 자신의 작업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현장과의 소통을 가장 중시하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현장을 나가고 있다는 그의 삶의 자세에서 그 옛날 우공이 지녔던 삶의 진리를 담고 있는 우직함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앞으로 기존의 소목 작업 외에도 조그마한 소품이나 전통 가구, 궁중에서 쓰는 3층장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개인 작품전시회를 가져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전통 소목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는 이 소목장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40 years of single path as a wood furniture maker
Lee Hae-bok

Lee was born in Okcheon County to a hard-up family. While in searching of a job that could bring bread and butter, he was encouraged to learn carpenter’s work by an acquaintance. He didn’t know at that time that it would last for 40 years but he started to realize it when one of his works was chosen for the Incheon National Skills Competition in 1984. The selection was followed by obtaining a technician’s license which was unusual around that time and Lee proved his capability as a highly skilled wood furniture maker. He engaged in a number of works in temples and the shrine of Song Si-yeol and his name soon started to spread for his attention to detail and meticulous maintenance. Lee controls all necessary processes by himself from choosing and purchasing wood (mainly yuksong, juksong or cedar) to finish with particular interest in traditional windows and doors of cultural treasures. “Making traditional windows and doors are really delicate works as they go wrong with even 0.1mm error. For this reason, I stick to traditional methods: butterfly method, hidden method and flat-bladed method and some more. Well-made traditional windows and doors can last a thousand years so attention to detail is crucial” explains Lee. Apart from technique, Lee also points out the importance of communication. Miscommunication often delays the work and somebody therefore must lead and give guideline which Lee has built that ability through years of knowhow and experience. In fact, the traditional windows and doors industry is not that big as they require a certain level of training and skills but Lee regrets the current trend of universities to replace architecture-related studies to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driven AI. “Wood furniture makers make houses and buildings where people stay and live. No matter how our technology advances the basic shelters like houses and buildings never change their basic functions. So the academic knowledge and background must play their role of laying the foundation for talented industry specialists especially in terms of traditional Korean houses.” Meanwhile, Lee engaged himself in recovering houses and buildings in Gyeongju when an earthquake hit the city and he is planning to expand his talent donation to elderly living alone or families in need for the year 2018. “Do one thing and it will pay you back one day” has been Lee’s long time chant which has driven him to as successful a wood furniture master as today. There are things we might learn from him and use as a guideline for New Year’s resolution. 

Note: <Power Korea> “rewrites” the Korean article in English “concisely” for native English speakers and staff of foreign missions in Korea.